1인 빌더의 지난 1년 회고

1인 빌더의 지난 1년 회고
Posteady.com 개발 1주년 기념으로, 지난 1년간 퇴근 후에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경험한 것들, 실수한 것들, 잘한 것들을 회고한 글. (음슴체로 빠르게 씀)

0. 배경 설명

  • 9년째 개발자로 재직 중
  • 6세/4세 아이 둘 외벌이 아빠
  • 4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옴
  • 퇴근 후 매일 최대 3시간 1인 개발
  • 월 생활비 1만불 넘어서 현재 퇴사 불가능ㅠㅋ

1. 내가 만든 제품

2024년 5월부터 Posteady.com 하나만 개발 중.
SNS 마케팅 (반)자동화 도구.
내가 마케팅 편하게 하려고 만들기 시작.
이렇게 오래 개발할 생각은 없었음.
그냥 해야 될 게 쥬오오온나 많은 제품 분야인데,
경쟁 제품도 쥬오오온나 많은 새빨간 레드오션.


2. 내가 했던 실수 5가지

1️⃣ 타깃 고객을 잘못 설정함

AI 덕분에 제품 개발은 쉬워졌으니까, 앞으로 1인 빌더들이 SNS 마케팅 피 터지게 하겠지? 나 같은 1인 빌더들이 SNS 마케팅을 꾸준히 하도록 돕는 도구를 만들자!로 시작했으나, 정작 1인 빌더들은 개발하느라 바빠서 SNS 마케팅에 진심으로 뛰어들 여력이 없음.

노출 극대화 → 퍼널 유입 → 구매 전환 흐름에서 '노출 극대화' 파트는 (전문 마케터가 아닌 경우) SNS 마케팅이 가장 접근성 좋지만, 1인 빌더들은 개인 브랜딩 계정만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때문에 여러 마케팅용 계정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노출 극대화를 노리지 않거나 이런 방식을 잘 모름. 게다가 아직 퍼널이 없거나 구매로 전환시킬 제품/서비스가 없는 경우도 많음.

이제는 포스테디(Posteady)의 타깃 고객과 실제 결제 고객들은 마케터와 마케팅 대행사, 그리고 자영업자 분들임. 즉, 노출 극대화가 매출과 직결되는 분들.

2️⃣ 비타민을 만듦

누가 만든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있으면 좋은 비타민이 아니라, 실제 고통을 줄이는 진통제를 만들라는 격언이 100% 맞음.

마케터가 아닌 개발자인 나는, SNS 마케팅 SaaS를 만들면서도 마케팅 대행사 실무자들이 겪는 실제 고통이 무엇인지 몰랐음.

그래서 그들의 주된 고통인 '콘텐츠 제작'을 돕는 기능들이 아닌, AI 시대 이전에도 존재하던 기본적인 멀티 플랫폼 예약, 데이터 분석, 제품 성능과 디자인에 집중했음.

이런 기능들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문제없는 비타민 그 자체였음. SNS 플랫폼 앱이나 웹에서도 게시물 예약이 되는데 굳이 포스테디에서? 스레드, X, 링크드인을 동시에 사용하지도 않는데 굳이 포스테디에서?

하지만 최근에 출시한 AI 기능들은 '내 계정 톤으로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제작'이라는 허들을 버튼 딸깍딸깍으로 넘을 수 있게 했고, 출시하자마자 결제가 발생함.

실제 타깃 고객들에게 필요한 진통제는 '쉽고 빠른 콘텐츠 생성 및 발행'이었고, 나머지는 다 비타민이었음. 그리고 현재 Posteady에 빠르게 도입할 진통제는

인스타그램/틱톡 연동

사실상 타깃 고객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마케팅 플랫폼은 인스타그램/틱톡이기 때문. 그동안 텍스트 기반 플랫폼들(X, Threads, LinkedIn)을 완벽하게 커버하고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가야지라고 생각해왔지만, 아주 비타민스러운 발상이었음.

3️⃣ 유료화를 늦게 함

지난 1년간 무료로 운영하다가, 2주 전에 AI 기능들을 출시하면서 유료(+7일 무료 체험)로 바꿈. 처음부터 7일 무료 체험 + 유료 플랜 구독제로 운영했어야 함.

내가 제품 만드는 걸 좋아하고 재밌어했으니까 돈이 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주면 뭔가 뿌듯하고 기뻤음. 그래서 사용자부터 모으는 전략을 선택함.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한 제품(기존 사용자가 많을수록 새로운 사용자들의 진입 가치가 높아지는 커뮤니티나 플랫폼 제품)이 아닌 이상 무료 사용자부터 모을 필요가 전혀 없었음. 오히려 ICP가 아닌 사용자들의 피드백은 제품 방향을 산으로 끌고 감.

Posteady를 1년간 무료로 운영해 보니까, 특히 1인 빌더는 제품을 유료로 운영해야만 돈 내는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우선 개발하게 됨. 무료로 운영하면 1인 빌더인 내가 왕이 되고, 내 입맛대로 만들게 됨.

그럼 점점 더 잠재 유료 고객(=왕)으로부터 멀어지고, 어느 순간 제품이 방향을 잃어버림. 성능과 디자인은 전부 훌륭하지만 아무도 안 쓰는 제품이 됨.

4️⃣ 개인 브랜딩 계정과 마케팅 계정 분리 안 함

요즘의 SNS 마케팅은 팔로워 숫자 기반이 아니라, 노출과 반응 기반임. 즉, 내 콘텐츠가 타깃 하는 분야와 내 콘텐츠에 노출되어서 반응(=좋아요/댓글/리포스트/공유)하는 사람들의 관심 분야가 일치하는 게 중요함.

내가 마케터와 자영업자를 위한 제품을 팔고 있는데,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전부 개발자라면, 내 SNS 계정에 정보와 광고를 어떤 비율로 섞어도 광고 효율이 나올 수가 없음.

마케터를 위한 제품을 판다면,

  1. 마케터를 타깃 하는 별도의 SNS 계정을 셋업(워밍업 포함)하고,
  2. 마케터에게 도움 되는 정보/인사이트 콘텐츠의 비율을 최소 70%로 맞춰서 콘텐츠당 조회수 1천 정도를 확보한 후에
  3. 제품 홍보를 조금씩 시작하거나, 아예 정보/인사이트 콘텐츠 비율을 100%로 두고 프로필 링크에서 퍼널에 유입시키는 방식을 써야 했음.

5️⃣ SEO를 늦게 시작한 것

기능 구현이 끝나면 SEO를 본격적으로 하려 했는데, 포스테디 같은 제품은 기능 구현에 '끝'이 존재할 수 없음. 그래서 SEO도 초반부터 병행했어야 했음.

SNS 마케팅이 대형 그물을 던지는 낚시라면, SEO는 작은 통발을 계속 설치하는 낚시임. SEO는 6개월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보이기 때문에, 막상 노출/유입이 당장 필요한 시점에 시작하면 늦음.

Posteady에 AI 기능들을 출시해서 검색 유입이 들어와 주면 좋은 상황이었지만, SEO 작업을 미룬 탓에 현재는 검색 유입이 거의 없는 상태.


3. 내가 잘한 점 2가지

1️⃣ 초반에 퀄리티를 빡세게 잡아둔 것

Posteady 개발을 시작한 2024년 5월에는 아직 AI를 활용한 개발이 온전치 못했음. 그래서 AI의 코드 리뷰를 빡세게 진행했고, 직업병 덕분에 초반부터 관심사 분리, 확장성, 고가용성을 고려해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꾸준히 개선함.

이렇게 초반에 시스템 구조를 제대로 잡아둔 덕분에, 이후 클로드 코드로 100% 개발하기 시작한 후에도, 기존 구조 위에 여러 복잡한 기능들을 수월하게 추가할 수 있었음.

2️⃣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만든 것

지난 1년간 회사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며, 주말에는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시간을 아끼고 아껴 하루 3시간씩 매일 만듦.

비록 초반 제품 개발 방향은 조금 어긋났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기에 지난 1년간 수익은 없었어도 앞으로 1인 빌더, 1인 개발자로서 롱런할 경험치를 잘 쌓았다고 생각함.

잠깐 만들다 포기했으면 몰랐을 것들과 이 글에 모두 담지 못한 노하우를 많이 쌓은 지난 1년이었음.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인 개발자/빌더 분들 모두 파이팅! 💪